바이러스의 습격

바이러스의 습격

작년 에볼라 바이러스로 아프리카의 이미 가난한 나라가 철저히 초토화 되는 모습을 보면서 매우 안타깝고 혹시나 유럽에 상륙하는 것이 아닌가 조마조마 했었습니다. 1만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어느새 잠잠해졌나 했더니 이제 메르스로 연일 영국 미디어에서도 한국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제가 속한 한의사 통신망에서도 경계령과 지침이 하루가 다르게 내려 오고 있는데 그야말로 위기감에 비상시국이 따로 없습니다. 수년 전 홍콩에서 사스 (Sars –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창궐 때의 기억이 나며 여러 가지 유사한 모습이 보입니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종을 일으키며 숙주에 기생하여 살기에 앞으로도 또 다른 바이러스의 대유행이 주기적으로 파도처럼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돼지 독감이며 조류 독감의 기억이 있었고, 매년 겨울 인플루엔자의 창궐을 경험합니다. 역사적으로는 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무려 5천만명이 사망했던 적이 있었고 14세기 유럽에선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반이 죽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요즘은 빈민국이 아니라면 개인 위생과 방역의 혁신으로 대유행을 예방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만 이 바이러스란 놈은 워낙에 다양하고 예상 불가라는 점이 있으며 인구 밀집과 교통의 발달로 쉽게 하루 만에도 전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이라는 변수가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그 특성 상 유전자 재정렬(reassortment)과 자연적인 돌연변이 (mutation)가 쉽게 일어나므로, 본래 병원성이 낮았던 바이러스라도 다른 바이러스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얼마든지 고병원성(高病原性) 바이러스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한의원에서 과학 잡지를 여러 개 구독해서 읽는데 최근 부쩍 바이러스에 관한 우려의 글이 여기 저기 많이 보입니다. 5월 9일자 New Scientist지에서는 새로운 역병 New Plague 라는 제목의 기사에 Are we really a few mutations away from 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 이라고 하며 인류 멸망이 바이러스 돌연변이 몇 개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에서 런던 임페리얼 대학의 유행전염병 전문가Christopher Fraser 는1. 치사율이 얼마나 높은가 (deadliness) 2. 사람 간에 얼마나 쉽게 전파되는가 (spreads readily)  3.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감염성이 있는가 (hard to contain) 4. 백신의 대량 생산 가능성 (no vaccine at first)이 있는가 등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역병 발생의 확산 가능성과 심각성을 평가합니다.  Fraser 씨의 기준으로 메르스를 보자면1. 에볼라나 사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 (HIV), H5N1 조류 독감 정도의 높은 치사율을 가지며 2. 2009년 돼지 독감 사례에 비하면 사람 간의 전염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으며 3. 에이즈나 조류 독감처럼 잠복기가 길지 않고 다행히 증상이 나타나면서 감염성이 나타나기에 격리를 통해 확산을 막을 수 있고 4. 백신 생산에 적어도 1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으로 메르스의 역병 발생 가능성 (plague potential)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면역 기능이 관건이다

메르스의 원조 발생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000여명의 감염자 외에 일반인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15%에서 메르스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들은 메르스에 감염되고 면역 반응이 있었으나 별다른 자각 증상 없이 지나간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의 증상이나 체감 고통 정도에 있어서 감기 걸린 것과 별 차이 없고 속이 더부룩하더라 에서 분만에 상응하는 엄청난 통증, 호흡 곤란, 폐수종, 신 부전, 사망에 이르는 등 증상 발현에서 큰 개인 차이가 보입니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약은 없고 백신 생산에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걸리며 대량 생산이 되더라도 이미 바이러스는 변이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농후하며 백신 접종 후의 개인의 반응도 천차 만별입니다.  바이러스 맹공의 시대, 개인 면역의 자양을 위한 평소 섭생과 양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