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습격 3

바이러스의 습격 3

이번 한국에서의 메르스 (MERS- CoV) 충격이 엄청난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각의 데이터를 보면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 보여 다행입니다. 그간 트위터에서 팔로우하던Laurie Garrett (@Laurie_Garrett) 의 숨가쁜 트윗도 이제 흥분성이 좀 가라앉았고 오늘 보니 한국의 메르스 소식으로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식 수치만 띄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기회에 바이러스 감염 질환에 대해 새로이 찾아보게 되었고 임상에서 지난 수년간 차례 차례 겪어왔던 각종 바이러스 유행에 대해서도 상기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국에서의 제 첫 직장이었던 미들섹스 대학 아치웨이 캠퍼스 한방 병원은 현대의학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러 난치 질환 환자들이 마지막 활로로 한방 치료를 받기 위해서 방문하는 곳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만성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도 자주 보는 질환군이었습니다. 완고한 바이러스성 성병, 후천성 면역 결핍증 (AIDS), 엡스타인 바르 바이러스 감염  케이스들이 우선 떠오릅니다. 

후천성 면역 결핍증 AIDS의 경우 임페리얼 대학의 전염병 의학자 Fraser씨의 역병 발생 가능성 (plague potential) 카테고리에 의하면 한번 걸리면 치사율이 높고 타인으로의 전염력은 대체로 낮으나 증상이 겉으로 발현되기 훨씬 전부터 타인으로 전파력이 있어 격리 등의 방법을 가동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메르스나 2002년 발생했던 사스 (SARS) 같은 바이러스 유행과는 구별되는 점입니다. 당시 정기적으로 제가 보던 HIV 양성 환자들은 겉보기에는 전혀 의심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건장하고 일상 생활을 자유롭게 영위하던 사람들이었는데 8주 정도의 한약 복용 후 놀랍도록 개선된 viral load 검사 결과가 나와 환자와 함께 기뻐했던 기억이 나고 담당 의사이자 바이러스 전문가에게서 같이 연구해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받았었습니다. 한국에서 천연물 과학연구소에 근무할 당시 다수의 한약재들이 항 바이러스 효과와 면역 조절 기능이 있는 것을 이미 많은 논문으로 확인하였으나 바이러스 연구의 세계로 몸소 뛰어들 엄두는 감히 내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엡스타인 바르 바이러스 (Epstein Barr virus) 감염으로 진단받은 분들도 병원 근무 당시 꽤  보았는데 증상은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었으나 공통적으로 만성 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ndrome)에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이 합쳐진 것처럼 극심한 피로와 심한 몸살에 걸린 것 같은 통증에 시달리며 임파선이 부어있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대단히 힘들게 병원을 방문하던 분들로서 이들은 몇 달이고 몇 년 침대에 누워 생활합니다. 엡스타인 바르 바이러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과에 속해서 인구 대부분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데 대부분은 평생 감염되어 있는지도 모르고 죽을 때까지 아무런 증상 없이 생활합니다. 이 흔하디 흔한 바이러스가 어떤 사람의 몸에서는 사람을 불구로 만드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치명도가 높으면 둥지를 트는 숙주 자체가 죽어 버리기 때문에 바이러스도 삶의 터전을 빠르게 잃습니다. 에볼라나 메르스처럼 정체를 들켜서 매스컴도 대대로 타고 그러면 방역복 입은 사람들도 나타나고 공격적으로 확산 경로를 차단해 버리기 때문에 바이러스로서는 분명 생존에 불리한 전략입니다. 엡스타인 바이러스나 헤르페스 바이러스처럼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작업하고 면역계에 걸리지 않고 숨어 있으면서 이 사람 저 사람으로 조용하게 퍼지는 존재 양식을 많은 바이러스들이 선호합니다. 

2009년 겨울에 발생했던 한국에서는 신종 플루로 알려진 H1N1 돼지 독감 유행도 당시의 생생한 기억이 있는데 새로운 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A 감염에 인한 것으로 일반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며 당시 NHS병원들이 마비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열이 펄펄 나면서 아무래도 돼지 독감에 걸린 것 같은데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면서 서럽게 울면서 필자의 의원을 방문했던 학생들도 기억납니다. 영국 겨울이 의례 그렇듯 감기나 독감은 해마다 만연해서 필자의 클리닉에서는 호흡기 질환을 증상과 경과 별로 Stage 1, 2, 3, 4, 5로 구별하여 상비약을 종류별로 구비하고 있었는데 과연 일반 독감인지 돼지 독감이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으나 치료 반응은 무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H1N1 돼지 독감은 전염력이 굉장히 높은데다 열이 나거나 하는 증상이 발현되기 훨씬 전부터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으므로 대규모 유행이 되기 굉장히 좋은 조건인데 다행히 돼지 독감은 메르스나 에볼라, 에이즈와 비교하자면 치사율이 높은 편에 속하지 않습니다.

조류 독감은 1990년 대 말부터 주기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올해 초 새로운 변종도 확인되었습니다. 가금류의 사육 환경을 보면 바이러스 전파에 이상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조류 독감의 발현은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됩니다. H5N1 조류 독감은 치사율이 높고 증상 발현이 없는 잠복기에 감염이 가능하나 다행히 사람 간의 전염력이 약한 편이라서 무시무시한 대유행으로의 발생을 제압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며칠 전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인에게 연락을 취하여 ‘낙타가 그리 위험하다며?’ 하는 요지의 질문을 하였는데 놀랍게도 ‘그럼 낙타랑 같이 자는 베두윈 족들은 다 죽었게? ‘ 라는 요지의 답변을 들어 개인적으로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지금도 낙타와 밀접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메르스 감염율이나 사망률은 어떻게 되는지, 다들 항체를 지니고 있는지 그런 연구 결과가 과연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초의 한국인 감염자 또한 낙타와의 직접 접촉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앞으로 메르스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전염성에 대한 철저한 역학 조사를 기대합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