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유전자에 말을 건다

내 유전자에 말을 건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런던한의원 류아네스 원장입니다. 수년만에 지면을 통해서 다시 인사드립니다. 요즘 바이오메디칼 분야는 그 양과 질에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 대 초 인간 염색체 서열이 밝혀지고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이후로 의학의 모습이 몰라보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신간 서적을 읽거나 여러 세미나를 가보더라도 제가 의학 지식을 흡수하던 지난 세기와는 언어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의학 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유전에 의해서 많은 것이 결정지어 진다고 합니다. 키나 외모는 물론 성향, 가족 내 질병력, 지적인 능력이나 운동, 심지어 악기를 다루는 능력조차 타고 난다고 합니다. 세포 속 깊숙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미시 세계에서 인생의 많은 부분이 이미 선천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뭔가 운명적이고 무력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후천적인 개인의 노력은 얼마나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내장된 설계도에 충실하라

중세까지만 하더라도 손자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드물었습니다. 요즘 60세는 노인으로 쳐주지도 않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환갑을 맞이하는 것이 경사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장수학 분야에서 나오는 연구를 보면 별다른 테크놀로지의 개입없이 몇가지 생활 습관 상의 개선으로 현재의 평균 수명을 150% 정도 연장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목표라고 합니다. 유명 연구자들을 비롯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명료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120세, 130세 정도까지는 살다가 자연사 할 수 있는 것이 일반인이 가진 유전자의 잠재력이라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정정하게 장수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현역으로 농사를 짓고 마실도 다니는 등 활발하게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생활합니다. 이들은 건강 염려증도 없는지 심지어 흡연도 하고 술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단 정상 체중에서 벗어나지 않고 중년이나 노년기로 이행하는 시기에 성인병에는 걸리지 않았다는 중요한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진심으로 연구 대상인데 좋아하는 것은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자신도 모르게 본인이 타고난 고유 프로그램과 큰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온 사람들로 보입니다. 수명은 늘었으나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상태는 결코 자연적이지도 않으며, 우리가 가진 유전자의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제 발달하는 과학 덕분에  인체에 깊숙히 내장된 설계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이 진화해 온 과정에 대해서도 더욱 많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방금 태어난 신생아도 적어도 직계 3000 세대 이상의 조상이 물려준 정보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빙하기에서도 살아 남고 굶주림도 견디고 거친 자연 환경에서 사투를 벌이다 살아남은 엄청난 학습량과 노하우를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내장된 프로그램을 해치지 않고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건강과 장수를 누릴 수 있습니다.

어떤 유전자를 켜고 끌것인가가 관건이다.

인구의 70% 정도가 우울증 유전자를 실제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우울증 환자로 발병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느냐 (genetics)보다는 어느 유전자를 켜고 끌것인지, 유전자 발현 조절의 문제(epigenetics)가 대세입니다. 유전자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미시 세계에서 우리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기본 설계도에 크고 작게 지속적인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대의 인간은 자연에서 점점 멀어지고 인간 진화 상 전례없는 각종 자극을 견디며 인공적인 환경과 생활 습관에 익숙해졌으나 우리의 몸은 여전히 자연에 가장 친화력을 가지고 자연에서 활력을 부여받습니다. 유전자의 발현 패턴에도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우리 일상의 섭생, 대표적으로 식이의 선택과 활동 수준입니다. 우리는 매일 먹는 음식으로 자신의 유전자 발현에 명령어를 입력합니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그 사이에 우리가 행하는 활동으로 특정 유전자를 깨우거나 잠재웁니다.  우리 몸은 과연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운동을 함으로서 최적화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을까요?  최근 5년간 나오는 저작물들을 보면 흥미롭기 그지 없습니다. 특히 성인병 예방이나 관리의 측면에서 새로운 지식과 접근 방법들이 대두되고 있으며 상식적으로  여겨지는 건강 지식들이 이제 유효기간이 지나 폐기되고 있습니다. 유전 의학과 진화 생물학의 첨단에 선 이 시대의 선각자들은 섭생이나 양생이라는 오래된 주제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 줍니다. 여러가지 제약으로 진료실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할 겸 앞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칼럼을 통해서 만나뵙겠습니다. 모쪼록 건강 관리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전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