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D,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비타민 D, 너의 정체가 무엇이냐

비타민 D에 관해서 좀 각별한 느낌이 있습니다. 뉴몰든에 한의원을 개원하기 전 미들섹스 대학 부속 병원에서 근무할때 였습니다. 제가 있던 한의병동은 아치웨이 캠퍼스의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대부분의 환자들은 다른 병원에서 전원되어 온 사람들이나 병원에서 발행한 출판물을 접하고 온 분들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접하지 못한 각종 난치병, 불치병, 희귀병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접한 시기로 개인적으로 공부가 많이 필요했고 한의학의 임상적 실용성이 영국에서 제대로 검증되는 시기였습니다. 그 중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이라는 질환에 걸린 젊은 여성환자가 있었습니다. 이 병은 한국에는 아주 보기 드물지만 위도가 높은 지역의 백인 여성들에게서 종종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중추 신경계를 싸고 있는 수초가 파괴되어 인체 기능이 서서히 하나씩 소실되면서 결국 호흡 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아주 잔인한 과정을 거치는 질환입니다. 이 병을 앓은 유명인으로서 천재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가 있습니다. 로라(가명)를 처음 만났을때 그 모습이 충격적이었는데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다른 사람같으면 휠체어를 이용할텐데 굳이 양목발을 짚고 기괴한 걸음걸이로 병원에 들어 왔고 이미 발성도 힘들어져서 자음과 모음을 하나 하나 힘들게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해서 내는 상태로 여간 집중하지 않으면 도저히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차도가 보이지 않는데도 매주 꾸준하게 찾아오는 이 환자를 보면 마음이 괴로웠는데 로라의 정신력에 존경심이 들고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상당히 친분이 생겨 어느날 로라가 자신의 집에 초대를 하였습니다. 복잡한 센트럴 런던에 위치하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집에서 로라는 혼자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사정없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끓여준 귀한 홍차를 얻어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 로라가 새로운 임상 실험에 자원했다고 깜짝 뉴스를 전달하며 나에게 종이 한뭉치를 건내었는데 그것은 바로 당시 나오고 있던 비타민 D에 관한 최신 리서치 논문들이었습니다. 

환자가 제대로 교육시키다.

각별한 환자가 건네니 어쩔 수 없이 집에 돌아와 숙제하는 것처럼 읽기 시작하였는데 일개 지용성 비타민이 로라처럼 진행된 다발성 경화증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불치병 환자를 대상으로 희망 고문하는 것 아닌가 의심스러운 마음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비타민 D는 일개 지용성 비타민이 아니었습니다. 비타민 D가 제약회사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해내는 특허받은 제약이라면 아마 세기 최고의 기적의 신약으로 광고가 나가고 인구 대부분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검사받고 처방받고 있을것입니다. 현재 영국 병원에서 비타민 D 결핍증이 의심되는 환자들은 무료로 검사도 해주고 처방도 해주는데 이는 대단히 고귀한 일입니다.

태양이 선사하는 보약, 비타민D

이름만 비타민이지 사실 비타민 D는 인체가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여타 스테로이드 호르몬처럼 적은 용량으로 전신에 영향을 안미치는 곳이 없고 이 호르몬이 부족할 때에는 신체 전반에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요즘 주위에 암이 너무 흔한데 암 발생의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각종 여성 암 발생율의 무려 77%, 남성의 경우 60% 나 암 발생율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1980년 대 이후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자외선을 피하고 선스크린을 꼭 사용하라고 매스컴에서 엄청나게 대중 교육을 시켜왔는데 앞으로 대폭 선회해야 합니다. 각종 암 (피부암 포함) 예방을 위해서는 년중 계절에 상관없이 혈중 비타민 D의  농도를 50-70 ng/ml 정도로 유지해야 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암 발생 억제 효과 외에 신체의 각종 염증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면역계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많은 질병은 그 이름이 다르고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더라도 기저의 공통적 원인으로 신체의 만성 염증 상태와 망가진 면역계를 들 수 있는데 비타민 D가 이를 정상화시켜 줍니다. 또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고 치매, 파킨슨 병도 예방해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뇌 기능을 활성화합니다. 건강한 근육과 골격계의 성장과 유지에도 관여한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으며 비타민 D가 생성되어야 칼슘과 인의 생체 이용률이 좋아집니다. 요즘 어린이 성장과 뇌 기능 발달에 관심이 드높은데 아이들이 야외에서 신체를 노출하고 햇볕을 받으며 놀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며 아이가 창백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꼭 신경 써주시기 바랍니다. 같은 맥락에서 임산부도 비타민 D가 절실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요즘 인구 대부분이 걸리는 당뇨병 (1형, 2형 모두)도 예방합니다. 내적 감정이 병든 상태인 기분 장애를 가진 분들, 꼭 비타민 D 레벨을 체크해보세요!

인간은 3만 여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 중 3천 여개의 유전자가 비타민 D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태양빛을 받아 피부로 비타민 D를 광합성해야 인체에 내장되어 있는 여러가지 순기능이 활성되는 모습입니다. 벌써 8월 중순에 접어들었고 저무는 태양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다음주 어떻게 비타민D를 보충할 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류 아네스, 런던 한의원~